나는 꺼진 가로등이다, 더 이상 비추지 못해도 누군가의 길을 지키고 있다
나는 꺼진 가로등이다. 한때는 이 거리를 환히 비췄다. 해가 지고 어둠이 골목마다 내려앉으면, 나는 불을 밝혔다. 사람들이 귀가하는 늦은 밤, 혼자 걷는 발걸음 위로 내 빛이 조용히 내려앉았다. 누군가는 나를 보고 안심했고, 누군가는 나를 지나칠 뿐이었지만, 나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자세로 그들을 바라봤다.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. 전선 어딘가에서 끊긴 회로 때문인지, 내 불빛은 꺼졌고, 나는 조용히 어두워졌다. 아무도 나를 고치러 오지 않았다. 대신 내 아래에는 쓰레기가 쌓였고, 나를 지나던 사람들도 이젠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. 나는 빛을 잃은 채, 그저 ‘고장 난 무언가’가 되었다.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여기 있다.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그림자를 가만히 지켜보고, 늦은 ..
2025. 5. 2.